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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가의 패러독스

 

  건축이라는 직업을 택하면서 갖게 된 생각 중 하나는 건축가라는 패러독스의 직업에 관한 것이다. 이는 건축가라는 직업 자체가 순수한 작가 이외에 조정자, 경영자 및 사업가, 기획가, 교육자 등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는 직업적 상황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건축물 또는 건축가와 도시의 관계 속에서 패러독스라는 단어가 더욱 떠오른다. 공공과 사적인 영역사이의 경계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경우를 자주 만나게 되고, 도시 시스템의 제약에 대한 투쟁과 도시적 가능성의 추구는 항상 우리에게 부여된 과제이다.

  그러나 도시의 일상공간은 건축적 문제 외에 너무나 수많은 변수들과 관련되어 있다 보니, 건축가의 세심한 고려가 도시인들의 삶의 질과 관계 맺는 과정에서 수많은 벽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도시가 단지 이미지로만 이해되거나, 도시적이라고 생각되었던 건물이 변형, 손상되거나 심지어 철거되는 좌절을 목격하기도 한다. 모더니즘의 사명감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는 지금, 어떠한 건축이 도시적인 건축이고, 좋은 건축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long skirts”가 좋은가, “short skirts”가 좋은가의 논의정도의 차원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렘 쿨하스 스스로가 말했듯이 ‘빌라 달라바의 수영장의 축이 에펠탑을 향한다고 해서 도시적인 맥락을 갖는다고 할 수는 없는’ 것처럼, 개별 건축물이 도시로 확장되어 읽히고 그 관계망을 획득하려면 일정정도 규모의 문제와 관련되고, 고도의 정제된 의도나 다분히 과장된 설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개별 건축물 또는 건축가의 작업은 하나의 작은 점으로서 도시 안 어딘가에 자리하게 되고, 그곳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그 정체성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우리는 건물을 디자인할 때 분명히 그곳의 장소적 맥락, 길과 주변과의 관계, 시각적 이미지, 그곳과 관련된 계층과 문화 등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신중히 고려하여 작업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작업이 도시 속의 양질의 유전자로서 끝까지 생존하여 우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기성복의 도시환경에서 단지 맞춤복의 작업을 하는 것과 같은 차원으로만 머물 것인지는 어쩌면 건축가의 손을 떠난 문제인지 모른다. 그리스신화 속의 건축가 다이달로스(Daedalus)를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래서일까?

   다이달로스는 Minos왕을 위해 Crete섬의 미궁(迷宮)을 만든 아테네의 명공(名工)이자 건축가였지만, Minos왕이 그의 작업에 만족하여 Crete섬에 그를 가두어 나가지 못하게 하자 그는 위험을 감수하고 밀랍으로 붙인 날개를 만들어 아들 Icarus와 함께 Crete 섬에서 탈출하였다. 그러나 Daedalus의 충고를 듣지 않은 Icarus는 너무 높이 날아 태양열에 밀랍이 녹아서 바다에 떨어져 죽었다. 이 역시 패러독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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