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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idance in Daechi-dong, Seoul /2001
대치동 896-22 다가구주택

 

 

대지위치 :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896-22

대지면적 : 252.60 ㎡ 
건축면적 : 150.12 ㎡ 
건물규모 : 지하1층, 지상3층
구      조 : 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 :
노출콘크리트, 타일,                화강석, 목재루버,                   마천석, 씨블랙

내부마감 : 노출콘크리트, 타일, 벽지마감

인테리어 : XYZ DESIGN

 

垈地 -  도시의 메커니즘과 실종된 건축 : 도시는 지금 전쟁 중이다. 

건물이 지어질 대치동 대지의 주변은 치열한 전투가 한창인 전쟁터를 연상 시켰다.

대지를 처음으로 방문한 작년 늦여름, 그 때까지만 해도 군데군데 남아 있던 단독주택지의 흔적은, 마치 점령군과도 같은 다세대, 다가구의 위세에 눌려 불과 한 두 달 만에 자취를 감춰 버렸다. 2001년 후반부터 불어 닥친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6,70평 남짓한 필지의 지가를 보통사람이 평생을 아끼고 저축해도 엄두를 낼 수 없는 엄청난 숫자로 탈바꿈시켜, 더 이상 이 곳을 효율 낮은 단독주택이 발붙일 수 없는 곳으로 바꾸어 놓았다. 대지의 자본가치를 확대재생산하는 첨병으로, 법규가 허용하는 최대한의 집적된 주거형태인 다세대, 다가구주택은 어쩌면 가장 쉽고 발 빠른 선택일 것이다.

여기서 집은 더 이상 삶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가장 확실한 재테크의 수단이며, 이러한 건축물의 군집은 도시공간과 삶을 향유하고 재생산하는 건강한 환경이 아닌 누더기처럼 엮인 상처투성이의 황량한 흔적만을 만들고 있다. 

도시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이 거대한 폭력의 메커니즘 앞에 건축은 실종되고, 그 강력한 시스템에 배제되거나 종속되기를 거부하는 건축가들은 이 곳이 우리의 도시와는 무관한 듯한 표정이다. 어쩌면 미래에 우리의 도시주거 방식은 대기업이 공급하는 아파트와 소규모 건설업자가 생산하는 이 상품사이에서 선택되어야만 하는 운명이 될지도 모른다.

대지 주변에 늘어선 각양각색의 다세대들은 놀라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땅의 대부분은 자동차에게 내어주고, 사람들은 현관이자 계단실의 구석에 자리한 편지함을 확인하자마자 각자의 주거로 들어가 몸을 숨기기에 바쁘다. 사선제한과 일조권에 이리저리 깎인 지붕 밑으로 발코니를 내어달기 바쁘고, 각자의 집이 가진 개성과 프라이버시는 보장받지 못한다. 몇몇 주거는 쇼윈도에 진열된 상품처럼 다른 것들과 차별되어 팔리고자 스스로를 자랑하고 있으나, 이 상품들이 주장하는 것은 공간적, 형태적 차이가 아니라 표피적 유희에 불과해 보인다. 넉넉하지 못한 땅에 옆집과 서로를 기대어 소중한 삶의 공간을 마련하였던 도시형 한옥에 깃든 따뜻한 인심과, 언젠가 우리가 뛰어 놀았을 따뜻한 시선과 손길이 어린 골목길의 풍경은 이제는 되찾을 수 없는 추억거리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대부분의 다세대, 다가구주택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제약이나 경제적 조건의 문제는, 늘 현실과의 적당한 타협을 유혹하는 핑계거리로 작용한다. 주변을 가득 채운 상품들처럼 타협하거나 아예 회피해버린다면 과정은 쉽고 간단하지만, 대부분의 건축이 그런 것처럼 오히려 이러한 외부의 요구와 조건에 정면으로 대응할  때 비로소 우리의 작업도 그 근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構築과 物性 - 형태의 근거

최초의 작업은 순수하게 건축자체의 탐구로 환원시켜서 풀어 보고자 하는 원칙을 확인하는 데서 출발하였다. 11세대의 원룸이라는 소박한 프로그램을 가진 이 집엔 거창한 개념적인 수식어가 없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단어를 통해 건물을 설명할 필요도 없다. 아주 특별한 재료나 극한적이고 섬세한 디테일을 구사할 수 있는 조건에도 맞지 않으며, 경탄을 자아내고자 의도적으로 숨겨진 기발한 장치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단지 이 집이 가질 수 있는 내용과 요구조건을 잘 수용하고 이들의 그 구축의 결과로서 형태를 획득한다는 명제로부터 출발하여, 각각 주어진 조건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담아내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되었다

단순한 입방체의 조형은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그렇듯이 주어진 예산을 고려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격렬한 도시적 밀도와 혼란스런 주변의 풍경에 반응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단순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도시가로와 반응하는 1충과 콘크리트 프레임 속에 존재하는 2,3층의 매스를 섬세하게 구분하고자 하였다. 
대지의 향에 따라 시각적으로 개방되어야 하는 면을 향해 뚫려진 콘크리트상자를 설정하여 그 속에 층별로 4개의 원룸을 배치하였다. 이러한 방식의 구조물은, 개방되는 면에서는 프레임으로 그 존재를 드러내고, 반대로 폐쇄 적인 면에서는 콘크리트 자체의 면으로 질서를 부여하였다.

 

개방적인 남측의 경우, 콘크리트 프레임과 그 내부를 채우는 면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기서 프레임의 내부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구성이 가능한 부분이다. 남향으로 열려있는 계단실의 경우 유리면과 함께 채광과 시선을 조절하는 장치인 목재루버가 설치되었으며, 각 주호의 경우 보일러실의 기능을 둘러싸는 타일면과 거실에 해당하는 유리면이 나란히 보인다.

좌우측면의 구성은 콘크리트 상자의 폐쇄적인 측면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각 주호의 경계를 암시하는 타일면 좌우에 유리벽면이 존재하는데, 작은 개구부만이 뚫려있는 혼잡한 양상보다는 각각의 물성이 동등한 위계로 존재함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로 구성된 부분이다.

상층부를 마감할 적절한 타일을 선택할 수 없어, 결국은 대형타일을 원하는 비례로 재단해서 사용하게 되었는데, 몇 배나 번거로운 작업을 마다하지 않은 시공팀의 열의 덕분에 상층부 벽면이 채워지고 비로소 건물이 그 윤곽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1층의 경우 도시가로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부분으로 상층부와는 다른 방식이 요구되었으며 그 결과, 들어올려진 박스의 형태를 통해 상층부를 완결시키고자 하였고, 여기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물성이 드러나는 면으로 구성될 수 있게 되었다.

계단을 오르며 최초로 만나게 되는 벽은 화강석을 차례차례 쌓아올려 만든 다소 무뚝뚝한 경계이다. 초기의 계획에서 수정된 재료인 화강석은 대지의 주변에서 익숙하게 보이는 것이지만, 형태적으로 상층부의 매스을 지탱하고 측면으로부터의 형태적 영향을 적절히 차단하여 정면을 구사하는데 보다 자유롭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자 자립적이고 볼륨있는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가로의 레벨에서 들어 올려진 진입부는, 2개의 크고 작은 석재 덩어리와 가는 철재 핸드레일에 의해 규정된다. 주변의 복잡한 스케일에 대응하는 장치로 고안된 이 석재 덩어리는 이 집에 진입하는 첫 출발이며, 진입계단을 지지하고 야간에는 방문자의 발길을 밝히는 조명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배경으로도 기능한다. 

주변 대부분의 건물들이 지닌 공간적 단조로움은, 도시의 가로로부터 주거내부에 이르는 공간의 켜가 부족하다는 것에 기인한다. 도시의 가로에서 출발하여 진입계단-데크-현관-진입 홀-계단을 거쳐 각자의 방에 이르기까지 각 공간은 연속되어 있지만, 공간감에서부터 오리엔테이션, 물성, 그리고 스케일에 이르기까지 불연속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각각의 공간은  서로를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동시에 연속과 단절의 경험을 통해 서로의 영역을 설정하는데 기여한다. 

 

 

진입 홀의 왼편에 마련된 작은 공간은 거주자들의 교류를 위해 설정된 것으로 건축가의 제안을 흔쾌히 수용해준 건축주의 안목이 있었기에 가능해진 장소이다. 게다가 건축주가 제안한 공동세탁실이나 러닝머신 설치 등과 같은 아이디어는 관념적으로만 존재할 수도 있었던 휴식과 커뮤니티 공간의 기능을 찾아내는데 큰 도움에 되었다. 아마도 개인적 생활에 익숙한 원룸 거주자들에 이 공간은 다른 방식의 경험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실 매스는 짙은 회색의 타일로 진입 홀 내부로까지 그 형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공간적으로 명암이 반전되는 전환이 일어나서 계단실과 대비된다. 밝고 갑갑하지 않은 가벼운 계단은 이 집이 밝고 쾌적한 집이 되기를 원했던 건축주의 요구사항이기도 하였지만, 내부적으로도 꼭 관철하고자 했던 부분이다. 진입 시 경험한 이전의 물성이 중량감이 느껴지는 경우라면 계단실만큼은 부유하는 듯한 가벼운 공간이기를 기대했다. 스틸과 유리판으로 조립된 계단은, 전면창과 상부 천창에서 쏟아지는 빛으로 채워진 밝은 공간을 제공하리라 기대한다. 

 

계단 스터디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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