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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S ATELIER in Heyri, Pajoo  /2002 ~ 2004
헤이리 최만린 아틀리에

 

 

대지위치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교화리 일원 통일 동산
               헤이리 G-41-1

대지면적 : 1129.80 ㎡ 
건축면적 : 284.62 ㎡ 
건물규모 : 지하1층, 지상2층
구      조 : 철근콘크리트
마      감 :
노출콘크리트,
               DANPALON

 

  땅 그리고 인공으로서의 건축


모든 곳에는 일정한 맥락이 존재한다.  그 맥락의 대부분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공유되는 것들이지만, 모든 이에게 공유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헤이리 G-41-1계획은 다른 사람들에게 꼭 이해되어야만 하는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프로젝트이다. 오랜 시간과 삶의 퇴적물이 적층된 곳에 비집고 들어가게 되는 장소와 달리 헤이리는 이제부터 새로운 맥락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헤이리 건설위원회는 이 단지가 기존의 도시와 같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성장, 변화하는 조직이 아니라 새롭게 탄생되는 도시의 일부로서 이후의 도시성장을 유도하는 계기가 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중시한다.  따라서 향후의 불확정적인 상황을 예상, 유추하여 그 기초가 될 수 있는 도시적 맥락에서의 건축의 틀을 마련하여야 함을 강조한다. 

그에 기초한 설계지침은 대단위 단지의 분할된 각 필지에 각 건축가들이 자신들의 직관에 의해 건축물을 계획함으로써 발생되는 혼란스러운 개별성을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건설위원회에서 설정된 건축적 하부구조는 실질적인 건축의 구체적인 사항들이 결정되지 않았더라도 추후에 진행될 다양한 건축적 가능성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미리 계획되어 만들어진 건축적인 틀이다. 이를 위하여 일관성 있게 체계화된 패치patch와 덱deck, 플레이트plate가 건축작업의 기초가 되는 하부구조로 설정되었다.

 

헤이리 단지 G-41-1는 경사지 patch/podium유형의 지침을 준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경사지 패치Patch/포디움 유형Podium type에서 경사지 패치는 산자락에 위치하는 필지의 건물 구축 가능 범위를 의미하며, 그 위에 구축되는 건축물은 포디움 형식으로 지형 레벨에 맞춰 수평적으로 연속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이 포디움 형식의 구조물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덱과 그것을 형성하는 벽들은 지형이 갖고 있는 경사도에 순응하며 그 자체로 건물의 구성요소로 전환해야 했다.

이렇게 규정된 G-41-1는 설계를 시작하며 다시 방문하였을 때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낯선 모습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깍여진 구릉,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 벌거벗겨진 땅... 그 변화하고 있는 모습은 새로운 맥락을 받아들이려는 어떤 기운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위에 조각가인 건축주가 주문하는 인공적인 자연스러움에 대한 해석이 덧붙여져야 했다.

 

건축주는 자신의 작업을 의도적인 셋팅setting이 아니라 무정형의 바위가 세월의 흔적을 스스로에 담아낸 것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명확한 이분법의 논리보다는 원초적인 자연에서 자신의 조형언어를 찾고 그것을 형상으로 변환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자신을 위하여 만들어지는 건축은 "어느 날 우연히 그 존재가 발견되지만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어왔던 것"이기를 주문했다.  이러한 요구사항에 따라 이 작업의 개념은 정해진 자리 없이 오래 전부터 있어온 듯한 건축물을 구축하는 과정으로 설정되었으며, 이를 위하여 조작된 생각을 자연의 배경위에 늘어놓고 그것이 읽혀지는 방식을 찾고자 시도하였다.

땅에 건물을 지어 올리는 것은 일종의 상황연출이다.  건물 자체가 중심이 아니라 건물과 땅이 만나 하늘과 섞이고, 그 주변으로 비와 바람이 돌아다니고 거기에 해와 달이 비춰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화되는 연출이다.  그러한 상황은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지만, 건물이 지어지는 집터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건축은 지어지는 곳에 따라 다르게 읽혀진다. 또한 이러한 과정은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또는 건물의 내부에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하고 풍부한 육체적, 감정적, 지적 체험과 관련되어 있다.

 

대지는 북동쪽으로 내리막 경사를 가진 구릉지의 일부이다.  자연의 일부로서 이전 환경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대지에 건축물을 구축한다는 것은 대지를 만지는 구체적인 접근방식을 요구하였다. 작은 구릉의 흐름은 주변의 대지로 부터 연속되고 있어서 디자인의 중점은 당연히 대지가 가지는 능선의 수평적 파노라마를 유지하는 것이 되었으며, 그에 부가되는 인공적인 영역이 땅으로부터 성장하는 방식을 취하게 되었다. 이를 위하여 대지작업은 땅의 형상을 추상화하고 그 물리적 상황들을 모사imitate하는 과정이었다.  대지가 가진 조건이 어떻든 상관하지 않고 대지를 평평한 판으로 밀어낸 채 건물을 보기 좋은 표피로 싸인 오브제로만 만드는 것은 이곳과는 어울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

따라서 모사된 대지의 형상에 경계를 설정하기 위한 건축적 장치를 삽입하는 두 번째 단계로서 기존 대지의 물리적 현황과 등고선에 기초한 패치와 포디움의 구성을 수용하였다. 이 과정은 땅의 자연적인 굴곡에 대한 해석에서 비롯된 추상적 대지작업이며, 이 과정을 거치면서 대지의 속성은 인공적으로 조절된 경사와 그에 삽입된 몇 개의 벽, 덱을 형성하는 수평선으로 변형되는 한편, 인공적 구릉으로서의 기단, 각 부분을 상호 연결하는 외부계단 등의 건축적 장치가 대지와 건축을 결합한다. 

 

조형의 단서는 땅의 물리적 형태에서 비롯된 대지의 새로운 질서와 그 위에 위치하는 순수한 형태의 입방체이다.  땅으로부터 1/2층씩 어긋난 벽들은 서로 중첩되면서 새로운 지형을 만들고, 4.2미터 캔틸레버의 전시공간 덩어리는 지형으로부터 자유롭게 부유하는 형상을 취하였으며, 이 돌덩어리처럼 거친 콘크리트와 블록조적의 덩어리는 대지의 형상에 순응하여 동서방향으로 배치되었다. ‘남향’이라는 가치보다는 기존 대지의 형태와 환경의 해석에서 나타나는 질서가 중시되었다.

제시된 조형에서는 헤이리 건축지침의 해석과 땅의 논리가 직접적인 형태로 유출되지만, 기하학적 질서가 좀 더 강하게 나타난다.  새로운 질서와 기존의 질서간의 조화를 모색하는 이 단계에서 땅은 그대로 ‘모사’되는 단계에서 기하학적인 선을 사용하여 ‘변형transform’되는 단계로 전환된다.  이는 땅에서 비롯된 기하학 직선을 매개로 땅의 물리적 상황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좀 더 엄격한 기하학적 질서를 구사하여 전체를 완성하려는 의도이다.  이러한 의도는 대지의 단부를 다듬고 인공화하는 과정과 동일하게 해석될 수 있다.  대지의 단부가 형성하는 표피들을 인공적으로 조절하여 지상 레벨의 공간과 프로그램으로서 구체화하는 것이다.  건축작업은 대지작업과 땅속의 보이지 않는 변형력에 기하학적으로 대응하는 구체적 표현으로 해석되었다. 모네오Rafael Moneo가 말하였던 것처럼 “장소란 지면이며, 건축의 뿌리가 메워지는 땅이고, 모든 건축행위에 꼭 필요한 최초의 재료이다.

 

내부공간은 조각스튜디오를 포함하는 전시장과 생활을 영위할 주거공간의 2가지 큰 기능으로 구분된다. 이 두 가지 기능은 서로 연속적이어야 하고, 동시에 적절하게 분리되어야 하는 역설적인 조건이다. 각각의 기능들은 각자의 덩어리를 가진 독립적 형태이다. 이 두 기능은 분리된 진입을 갖는다. 전시공간의 진입은 대지의 동측모서리의 외부 전시 마당으로부터 시작되어 실내·외 전시장이 일관된 동선으로 연결되도록 하였으며, 주거공간의 진입은 북서측 부분에 설정하였다.  그러나 지하 1층의 스튜디오 부분이 향후 전시장의 기능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하여 2, 3층 부분을 옥외계단으로 연결하여 전시공간이 배치될 수 있도록 하였다.

열려있으면서 닫혀있어야 하고, 닫혀있으면서 열려있어야 한다. 따라서 각각의 영역을 서로 다른 레벨로 분리하거나, 좁은 복도를 통해 소극적으로 연결하기도 하였다. 혹은 사이 공간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각 공간의 경계를 한정하기도 하였다. 각 영역을 분리하거나 연결하는 장치는 건물의 중앙부분에 위치하는 계단이다. 계단은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주변의 스튜디오, 전시 공간, 주거공간을 서로 묶어주며, 동선은 각 영역으로 퍼져나간다. 이 동선은 명확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건물의 곳곳을 탐험하기 위한 규정되지 않은 동선이다.

 

대지와 건물은 수많은 레벨에서 만나게 된다. 건물의 주요 동선을 연결하는 중앙계단 외에 건물의 주변의 느린 산책의 계단은 공간의 곳곳으로 스며든다. 작업실로, 전시실로, 창고로, 침실로, 부엌으로, 거실로, 중앙계단으로,... 모든 공간에서 땅과 건물은 만난다.

대지, 건물의 덩어리와 재료, 그리고 건물내부의 영역과 기능의 연결은 유연하고 부정형이며 "어느 날 우연히 그 존재가 발견되지만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어왔던 것"이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 집에 대한 규정은 이제 건축주, 이웃, 관람자 그리고 건축가인 우리에게 남겨진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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