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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idence in Haegang Village, Icheon  /2001
이천해강마을단독주택

 

 대지위치 :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남정리 175-10
대지면적 : 426.58 ㎡
연 면  적 : 185.96 ㎡ (56.25평)
설계년도 : 2001년
건물규모 : 지상2층
구      조 : 철근콘크리트

 

 

 

 

이천 해강마을 단독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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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 주거의 유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APT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단독주택이 대다수 거주자의 요구-정서적 요구이거나 혹은 경제적 요구에서 조차-에 적절하게 대응하기에 부족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집이 더 이상 우주의 중심이거나 삶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시장에서 교환가능한 상품으로 변질되어버린 현실을 생각한다면 일생동안 모은 재산으로 남은 여생을 담을 집을 찾는 건축주를 만나는 일이 건축가에게는 행운으로까지 느껴질 정도로 반가운 일이다. 더구나 격렬한 밀도속에 자리하고 있는 도시주거가 아닌, 비교적 여유있는 대지에 근사한 풍경까지 갖추고 있는 이른바 전원주거의 경우, 존재하게될 건축이 그것의 외부와 어떤 식으로 반응하여야하고, 내부적으로 어떤 질서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경계와 영역

  거의 같은 시기에 진행되었던 또다른 주거프로젝트인 대전 노은주택이 도시주거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여야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면, 이천 해강마을 단독주택은 도시로부터의 상당한 물리적 거리에 기인하는, 도시생활과는 다른 방식의 삶을 요구하는 외부환경에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는가를 묻고 있었다.

  도시로부터 그 거리가 점점 멀어질수록 그 대지가 가지는 경계는 더 확장되고 불명확해지는 것이 아닐까? 산사의 작은 암자에서 문득 바라다보이는 능선의 파노라마는 그 경계와 영역이 작은 돌담을 훨씬 넘어서 있기 때문은 아닐까? 도시의 주거가 서로 일정한 간격을 지니며 외부로부터 일정정도 독립적인 내부적 질서를 만들어 내는 건축적 장치를 요구한다면, 전원주거의 경우 다소 여유롭게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 확정된 경계속에서 채우거나 혹은 비워지는 공간을 규정함으로써 그 영역을 분명히 설정해야 하는 방식이 아닌, 건축이 존재함으로써 생겨난 나머지 영역을 시간을 매개로 채워나갈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


  6월말, 처음 찾은 대지에서 멀리 바라다보이는 설봉산의 정겨운 능선은 이곳이 대도시 서울에서 불과 한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넉넉한 풍광을 제공하고 있었다. 아직 아무 것도 들어서 있지 않은 주변대지의 무성한 잡초들은 이곳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연의 일부였음을 증언하고 있는 듯했고, 시간이 늦어 주변의 풍광이 사라질 무렵 드문드문 들어선 주변의 집들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가로등의 역할을 해주는 아직은 완전한 인공의 주거단지와는 거리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도시생활의 편리함이 익숙한 건축주가, 생소할 수 있는 주거환경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집과 동시에 소유하게 될 외부공간을 향유하는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요구된 45평의 면적을 2개 층으로 배분하면 실제 건축물이 점유하게 될 면적은 불과 23평 남짓이었으므로, 150평의대지를 어떻게 건축과 외부영역으로 구획하는가가 첫 번재 질문이었다. 건물이 최소한의 영역을 점유하고, 이를 통해 생겨난 나머지 여백들이 건물을 배경으로 또는 대지의 경계를 넘어 서서히 규정되리라 생각했다. 도로와 건물 사이에 생기는 공간은 주차장과 진입마당으로, 배면의 공간은 장독대와 작업마당으로 그리고 전면의 넓은 외부공간은 다른 레벨로 구분하여 인공적인 목재데크와 원래 땅이 가지고 있던 흔적을 그대로 유지한 외부공간으로 남겨두었다. 이곳은 건물에서 혹은 데크에서 관조되는 정원이거나, 나무공간의 휴식을 즐기는 자연이거나, 혹은 텃밭으로 가꾸어지는 작업공간일 수도 있다. 한쪽 구석에 조용히 자리한 파골라는 차가운 겨울이 아니라면 이웃과 나란히 앉아 소통하는 장치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

  평생을 교단에서 보내고 정년퇴임한 건축주 내외분과 젊은 아들부부가 각각 1층과 2층에 거주하게 될 예정이며, 경우에 따라서 한 층을 단독으로 임대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했다. 이것은 보편적인 전원주택의 형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프로그램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두 세대 혹은 두 가구가 때로는 공존해야 하며, 한편으로는 독립적이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대응하는 건축적 장치를 고안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두 세대가 필요로 하는 개략적인 면적의 배분이 결정된 후, 외부로부터 방에 이르는 경험들을 상상해 나갔다. 먼저 대문을 지나 남북측의 향을 가진 진입공간에 들어서면,  발 아래 거친 콘크리트와 그 사이사이에 솟아있는 도자기 조각의 고운 빛깔과 만나게 된다. 레벨을 달리하는 목재의 데크는 동서측으로 길게 현관으로 안내하며, 짙은 청색면의 현관과 이를 통과하여 거실의 배경이 되는 노란 벽면과 대면하게 될 것이다. 거실에서 보이는 경관은 시공이 중단된 채 버려진 앞 필지의 폐허같은 풍경을 차단하는 낮은 담에 의해 한정되며, 다시 시선은 처마역할을 하는 2층 매스의 하부를 따라 멀리 보이는 전원의 풍경으로 인도될 것이다. 동서로 긴 장방형의 공간을 분할하는 인공의 후정은 후면의 외부공간과 건물과의 소통을 매개하며, 동시에 실내에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는 허파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비 오는 날 빗방울이 목재의 후정바닥을 적시고 튀어오르는 장면을 식탁에 앉아 바라보는 장면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언젠가는 생겨날 뒷집과 시선이 마주치게 될 것을 우려해 오프닝을 최소화할 것을 요청한 건축주의 의견에 따라 후정은 거실에 등돌리고 식당에 사유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정원과는 레벨로 분리된 데크는 계절에 따라 확장된 거실의 역할을 담당하리라 기대한다. 

2층은 젊은 아들내외가 신혼을 시작하는 로맨틱한 곳으로, 감각적으로는 개방적이며 동시에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하는 곳이다. 거실과 주방, 식당은 하나의 단일한 영역 속에 배치되었고, 가장 깊숙한 곳에 안방과 반대편에 서재를 겸한 손님방이 계획되었다. 1층으로부터 연속되는 노란 벽은 별도의 현관을 지탱하는 구조적 역할을 수행하며 동시에 공간구획 방식을 암시한다. 1층 후정을 면하는 곳에 욕실을 배치했는데,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만큼 비교적 큰 오프닝이 가능해졌다. 1층 안방의 상부로 비워진 테라스는 거실에서 숨겨진 장소로서, 젊은 부부의 작은 외부공간으로 존재한다. 매일 아침 상부 오프닝을 통해 반대편 벽에 새겨지는 맑은 햇살의 인사를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구축과 물성

  조형에 있어, 표면적이 최소화된 단순한 입방체는 평당 이백오십만원이 채 못되는 예산을 고려한 결과이며, 한편으로는 전원주택단지 조성이라는 명목으로 단순화된 주변경관에 대한 대응이기도 했다. 대지를 향해 멀리서 접근할 때 간결한 실루엣으로 만나게 되는 파사드는 다가갈수록 노출콘크리트, 서로 다른 접합디테일의 적삼목사이딩, 그리고 짙은 노란색의 타일, 나머지 형태를 만드는 백색도장의 벽돌까지 서로 다른 표정과 체온을 가진 물질과 조우하게된다. 

  형태의 구성은, 세 개의 콘크리트 MASS-계단실 MASS와 1층과 입체적으로 구분되는 2층의 MASS, 후정의 경계를 형성하며 2개층을 관통하는 벽-와 나머지 입방체를 형성하는 면들로 이루어져있다. 구축적 질서를 그대로 드러내는 노출콘크리트 마감과 단지 면을 형성하는 벽들의 경우 각기 다른 표정을 갖는 적삼목사이딩이나 수평줄눈이 강조된 백색 시멘트벽돌이 사용되었고 세로로 긴 창과 적삼목 루버는 이들을 완충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재료 그 자체는 사실상의 조건만을 구성할 뿐이지만, 재료의 선택은 단지 건물의 면을 형성하는 질료적 접합의 문제를 넘어서는 구축의 질서를 통해 드러나는 의미로 작용할 때 비로소 물성으로 발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 시공과정의 오류로 인해 초기에 선택된 재료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곳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단지 ‘다름’을 표현하는 건축적인 기호로 사용되지 않기위해 지속적인 탐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개략적인 규모와 프로그램을 듣고 준비한 첫 번째 안에서부터 몇 번의 수정을 거쳐 46평의 최종안이 확정되기까지 몇번의 만남을 통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던 건축주의 기대가 하나하나 공간으로 번역되어 가는 과정을 즐겁게 경험했다. 예산에 맞는 시공자를 구하지 못해 착공이 지연되었고, 결국 익숙치않은 시공까지 맡게되어 약속된 공기를 한달이 넘게 어기게 되었으며, 섬세한 시공의 완성도를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하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겨우 입주가 가능해 졌다. 입주 후에도, 숫자로 표기될 때 미처 알 수 없었던 충분히 넓지 못한 실내공간과 익숙치 않은 형태나 재질에서 오는 낯설음이 건축주 내외분이 상상하던 전원주택의 유형과 달라 생소해 하였고, 그래서 적응에 어느 정도의 시간과 의지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집이, 황혼기에 접어든 건축주 내외분의 심신이 평안을 얻는 곳이며, 주말이면 대도시에서 찾아오는 어린 조카들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곳이며, 젊은 아들부부의 미래가 지금의 희망대로 온전히 담겨질 그릇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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