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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idence in Nonhyundong, Seoul  /2002
논현동 109-27 다세대주택

 

 

대지위치 :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109-27

대지면적 : 236.50 ㎡ (71.54평)

건축면적 : 141.70 ㎡ (42.86평)

연면적    : 620.85  ㎡ (187.81평)

조경면적: 10.81 ㎡ (3.27평)

건물규모 : 지하1층, 지상4층

구      조 : 철근콘크리트

마      감 :   

         내부- 노출콘크리트, 모르터 위 벽지,                   폴리싱타일                      

         외부- 노출콘크리트, 갈바륨철판,                   갈바륨루버, 제치장콘크리트위 도장

 

         

條件(조건)

 

‘논현동 109-97’은, 1970년대 초 논현동이 본격적인 주거지로 조성되던 즈음 지어졌던, 소박한 단독주택이 자리 잡고 있는 70평의 대지에 4층 규모의 다세대 주택을 신축하는 프로젝트이다.

대다수 다세대주택의 출발이 그런 것처럼, 건축주에게도 이 건물은 임대 혹은 분양을 통한 잉여 창출이 목적이지 결코 근사한 ‘작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다. 3, 4층에 건축주 내외분과 두 자녀의 생활의 터를 마련하고, 나머지 1, 2층을 임대면적으로 하는 총 7세대 규모의 프로그램을 결정한 후 여러 차례 만남을 통해 집의 윤곽을 만들어 갔다.

 

秩序(질서)

 

집합주거 내의 일상생활은 양면성을 갖는 두 생활의 조합이다. 단위 주거 안에서 일어나는 개별적인 생활과 단위주거 밖에서 일어나는 공동적인 생활이 함께 공존 하는 것이 집합주택에서의 일상생활을 형성한다. 집합주거이면서 공동의 삶의 방식에 대해 조금도 고민하지 않은 결과는, 주변의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는 거주자들의 모습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리가 가정한 첫 번째 단서는 공용공간을 건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이었다. 면적 배분을 통해, 각 층별로 크기가 다른 2개의 원룸세대와 1개의 투룸 주거세대가 할당되었고, 각 세대가 적절한 향과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독립된 계단실과 브릿지를 통해 이들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전체를 규정하는 질서로 채택되었다.

 

조형에 있어, 우선 최대한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좁은 대지를 채워나가야 했다. 그 결과 상당히 두툼한 볼륨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고, 이 부담스러운 크기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덩어리를 분절하고 1층을 들어 올리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이러한 제스처들은 건물을 전체적으로 하나의 덩어리로 느끼게 하기 보다는 몇 개의 작은 매스들의 집적으로 판독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으며, 여기서 중요하게 고민했던 것은 이러한 매스들의 관계망을 이들의 분절과 변형 속에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독립된 계단실과 들어 올려진 매스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브릿지를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평면구획방식과 조형의 문제를 동시에 극복하고자 했다.

 

세대 당 1대로 강화된 주차법규는, 그렇지 않아도 점령군의 기세로 이면도로를 장악한 자동차들에게 1층을 필로티로 내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어려운 조건을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다세대주택이 지어지는 70평 남짓한 대지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대지의 일부를 지하로 내려가는 경사로에 할당할 수 있는 여유를 찾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도 논현동의 경우 전체적으로 약간의 구릉지인 데다, 이 프로젝트의 경우 필지 앞 도로가 완만한 경사를 가진 덕택에 도시가로와 반응하는 1층의 레벨을 주차로부터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지하공간에서 부족한 2대의 주차대수를 지상에서 할당할 수밖에 없는 조건은, 각 세대의 레벨을 달리하는 스킵플로어(Skip-Floor) 형식의 구조를 채택하게 했고, 오히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단위세대의 독립성을 보다 강력하게 유지할 수 있는 역설적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브릿지를 통해 진입하게 되는 원룸세대의 경우, 계단실을 올라 도시와 마당을 투명하게 관통하는 긴 호흡의 경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物性(물성)

전면에서 크게 2개의 매스로 분절된 건물은 가운데 투명한 브릿지에 의해 서로 결합되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노출콘크리트와 유리라는 선명한 물성의 대비와 함께, 닫혀야 하는 공간(주호)과 열려야 하는 공간(중정을 향한 내부입면) 그리고 선택적으로 열려야 하는 공간(가로를 향한 계단실)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결과이다.

유행처럼 채택되는 노출콘크리트의 물성을 선택하는 데 망설여진 것이 사실이지만, 벽식으로 구축된 건물의 방식을 가장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재료로 생각했고, 동시에 붉은 벽돌과 화강석으로 대표되는 주변 컨텍스트와의 타협을 거부하고자 한 의지도 작용한 결과이다.

도시가로에서 한 켜 진입하게 되면, 나무판이 깔린 마당 상부에 가로면에서 경험한 수직적인 매스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장치로 수평줄눈의 철판과 마주치게 된다. 이곳은 집을 구성하는 4개의 부분들이 동시에 열람되는 유일한 곳이며, 서로 상이한 물성과 조건들이 만나고 통합되는 장소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늘로 열린 이곳은 발아래 계절의 흔적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으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눈(雪)은 마당에 깃드는 꿈”이라는 시인의 표현처럼...

 

가로를 향한 매스의 경우 오프닝을 가급적 절제하였는데, 이는 가로가 대지의 동측에 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밤이 되어 집의 윤곽이 가라앉고 창문의 불빛이 떠오를 때의 풍경을 상상한 것이기도 하다.

 

 

經驗(경험)

 

주변의 건물들이 지닌 공간적 단조로움은, 도시의 가로로부터 주거내부에 이르는 공간의 켜가 부족하다는 것에 기인한다. 도시의 가로에서 출발하여 브릿지 하부를 통과하며 오르게 되는 진입계단과 내부의 외부인 마당, 그리고 현관을 지나 시선을 중정으로 모으는 계단실을 거쳐 각자의 방에 이르기까지 각 공간은 서로를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동시에 연속과 단절의 경험을 통해 서로의 영역을 설정하는 데 기여한다.

 

1층 진입마당의 경우 도시가로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부분으로, 스킵되어 들어 올려진 박스의 형태를 통해 폐쇄적으로 완결된 상층부와는 달리 건물을 구성하는 각 부분들이 그 경계를 형성하며, 시각적으로 적극적인 개입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노출콘크리트 덩어리와 투명한 커튼월의 계단실 매스, 그리고 무표정한 백색벽면으로 둘러 쌓인 이곳은, 대문을 지나 마당이라는 외부공간을 경유해서 현관에 들어서는 이전 단독주택에서의 경험을 재현하고자 한 것으로, 도시와 주거를 매개하는 서로를 향해 열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진입계단을 오르며 최초로 만나게 되는 벽은 백색으로 칠해진 콘크리트와 열연강판의 거친 물성이 느껴지는 다소 무뚝뚝한 경계이다. 가장 검소한 마감재를 선택한데는 주어진 예산을 고려한 결과이기도 했지만, 나무바닥재나 높은 하늘과의 극단적인 대비를 경험할 수 있는 차가운 물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동시에 진입 방향을 오른쪽으로 90도 회전시켜 현관이 있는 계단실 매스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북측면의 노출콘크리트와 정면과 측면이 투명한 커튼월로 구성된 계단실은 매스로부터 독립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곳이다. 매스를 지탱하는 콘크리트 벽은 그곳을 쓰다듬고 지나갈 햇살과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배경으로 역할하며, 도시가로를 향하는 정면의 경우 하루의 일과를 알리는 햇살이 가장 먼저 침투하는 곳으로, 갈바륨 루버를 덧씌워 광량을 조절하는 동시에 시선을 적절히 통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와는 달리 내부마당을 향하고 있는 면은 온전히 열려있어 이곳을 사용하는 거주자들 간의 시선이 서로 소통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최초의 계획에서 외부공간이었던 브릿지는 시큐리티의 문제로 실내화 되긴 했지만, 양쪽을 프레임조차 생략된 투명유리로 씌워 긴장감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쪽과 북쪽에 하나씩 배치된 원룸세대의 내부는, 비록 공간의 물리적 구분은 존재하지 않지만 사용에 따른 영역의 구분이 가능한 구성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며, 3,4층 건축주세대의 경우 두 층 높이로 개방된 볼륨의 거실을 통해, 부부의 공간과 장성한 자녀들의 공간 그리고 모든 가족의 공간으로 구분된 세 개의 레벨을 하나의 영역으로 통합하고 조우하는 역할을 기대한 곳이다.

 

일조권에 의해 후퇴한 3, 4층 테라스는, 역설적으로 건축주세대에 있어 꼭 필요한 외부공간으로 기여할 수 있다. 계획원론상 남향의 가치는, 북측으로 서울시 전경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이 대지의 경우 오히려 퇴색한 느낌이며, 어쩌면 이전의 단독주택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는 곳일지도 모른다.

 

 

 

 


 

關係(관계)

 

결국 다세대 주택은 여러 세대가 모여 있는 관계망 속에서 완성된다.

논현동 109-27은 서로 다른 7세대의 주거가 마당을 통해, 계단과 브릿지를 통해 서로 관계맺음으로서, 그 형태를 만들어가는 집이다. 각각은 서로 다른 물성과 스케일, 공간적 경험을 가지고 하나의 대지에서 소통하고 결합하며, 이들의 집합체로서 건축을 형성한다.

건축의 의미는 단순히 형태의 획득을 넘어, 생성의 과정을 해석하고 관계를 규정하는 일이다. 특히나 다세대주택의 건축 과정은 전용과 공용, 세대와 세대, 건축과 도시, 사회와 개인이라는, 이곳에 작용하는 수많은 대립항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로부터 시작된다. 건물의 완공은 새로운 거주의 시작이다. 다행히도 완공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모든 세대가 그 주인을 맞아들였다. 세상의 모든 집이 그래야하듯이, 이 집 역시 여기서 만들어질 삶의 방식과 닮아가는 그런 집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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